얼마 전에 폐간된 《키노》는 한국의 《까이에 뒤 시네마》를 자처하며 소위 ‘작가 영화’ 내지는 ‘예술 영화’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그들의 입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 이론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키노》가 이론적 배경을 명시한 적은 없다. 그들이 명시한 것이라야 ‘작가주의’. 사실 그들은 ‘영화주의’자이기도 했다. 이른바 ‘매니아’적 정체성. 무엇이 상당 수의 영화에 관한 사유가 그러한 분과 자체에 대한 옹호의 입장을 띠게 하는 것일까. 아직도 영화가 아카데미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일까. 다른 예술 분야의 현대적 사유 전개가, 자신이 속한 장의 권위를 의문시하고 비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그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이 책은 《키노》에 연재된 글들을 모은 것이고, 앙드레 바쟁으로부터 68 혁명에 이르는 프랑스 영화 비평/이론과 그 역사적 배경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68 이후는? 68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현대 영화 이론이 개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추고 만다. 사실 《키노》 역시 68 이후보다는 그 이전의 《까이에 뒤 시네마》와 닮은 꼴 아닌가. 과학적 비평 따위는 발 디딜 곳이 없는 남한의 현실. 별로 깊이도 없는 개괄적 논의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여전히 앙드레 바쟁(Andre Bazin)과 19세기 리얼리즘에 머물러 있는 영화에 대한 인식을, 나름대로 치장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월간 키노 에 La Traversee(가로지르기) 라는 제목으로 1988년부터 2002년까지 연재된 글들을 엮은 책. 프랑스 영화학의 논쟁 속에서 가다듬어진 영화의 개념들을 꼼꼼히 설명하고 그 안에서 영화를 비평하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구 한다.
저자는 영화는 분명 산업이지만,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작가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대화할 수 있다. 이것이 언어가 가진 가장 중요한 기능일 것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 만들어지고 관객은 직관과 이성과 상상력을 통해 그것을 이해한다. 바쟁이 영화가 언어라고 말한 것의 의미는 아마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라고 설명한다.
한국에 엄밀한 의미의 영화학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워 하는 저자는 영화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영화란 무엇인가 의 해답을 구하고 있다.
저자의 말
정성일 추천사
책 앞에
1. 영화비평
앙드레 바쟁
장 뤽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에릭 로메
자끄 리베뜨
2. 영화이론
앙드레 말로
작가주의
영화와 현상학
구조주의
장 미트리
에드가 모랭
크리스티앙 메츠
롤랑 바르트
3. 사건들
알제리 전쟁
누벨 바그
68년 5월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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