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있다. 나날이 온도는 치솟고,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을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계속 이 별에서 사는 게 가능할까?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무언가 때려 부술만한 것을 찾고 있다. 그것이 발전이자 진보라고 이제껏 믿어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믿음을 스스로 깨트리는 일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예전보다 좀 더 환경에 대해 고려하기 시작한 게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그렇지만 한 번 파괴된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왠지 희망보다 절망을 향해 우린 걷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마존은 인류가 지켜내야 할 마지막 보루일 수도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에는 여전히 파괴되지 않은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으며,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하며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존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식으로 생각하자면 일종의 지방자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브라질이다. 다음 선거를 생각하며 각 지역의 수장은 해당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고심을 하고 있다. 아마존에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방법이라고 정치인이 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는 분명 아마존과 브라질, 더 나아가 지구 전체에 좋지 않은 일이다. 파괴하고자 마음을 먹은 사람 앞에서 자연은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이곳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지난 식민 역사가 아닐까 한다. 이는 아마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원주민들의 피에 기반한 역사를 갖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 백인들에 의해 철저한 파괴를 경험한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그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지라 정복과 착취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주인인 자가 주인처럼 살지 못하는 일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가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그들이 과연 가난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원주민들이 경험한 파괴는 자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원주민들이 미개하단 이유로 무시당할 때 자연은 혹시라도 존재할지 모를 부유함에 대한 경외감으로 인해 파괴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 알게 되긴 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이들은 그곳이 어딘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황금이, 향신료가 넘쳐나길 바랐고, 또 그래야만 한다며 죄 없는 원주민과 자연에 채찍질을 가했다. 이 책은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없는 한 대륙의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백인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새로이 자신들이 발을 디딘 땅의 생명들을 대했는지를 알고 나면 온몸이 절로 떨린다. 어쩌면 나 역시도 지배자 아닌 종속자의 후예기에 느끼는 일종의 연대의식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찌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이토록 잔인하게 굴 수가 있단 말인가. 무기가 열세였고, 백인들이 몰고온 각종 질병 앞에서도 취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민들은 숭고하게 자신들의 것을 지켜나가고자 애썼다. 그들은 상대가 적의를 보이지 않을 때면 친절로서 상대를 대했고,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끝끝내 저항했다. 적의 계략에 분열을 경험하기도 했고, 멸종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들인 종족도 있었지만 그들의 삶을 난 비난할 수가 없었다. 잘못은 그들이 아닌 적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잔인한 역사의 이면에는 역시나 돈이 있었다. 황금은 발견치 못했을 수도 있으나 사람들은 고무의 가치에 눈을 떴다.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원주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고무를 채취할 것을 명하면서 그들은 날로 돈을 벌어들였다. 그리고 일부는 아마존 생태계의 무궁무진함에 열광했다. 자신들의 대륙(유럽)에서는 본 바 없는 생물들을 수집해 돈을 벌었다. 그들의 연구가 훗날의 과학 발달에 기여했을 수도 있지만, 그 의도가 순수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씁쓸했다. 완전히 중립적인 연구란 없다. 오늘날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 대기업의 손을 잡고, 특정 정치 단체의 손을 잡고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하지만 희망을 품지 말라야 할 이유는 없다. 그토록 착취를 심히 당하고서도 아마존은 여전히 장대한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파괴를 통해 인간은 아마존이 얼마나 위대한 공간인지를 깨달았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그곳을 파헤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토록 노력을 해왔는데도 여전히 아마존은 미지의 공간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인류의 역사가 그곳엔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무 몇 그루를 베어내고 그곳의 생명체를 반출할 수야 있겠지만, 오래전 인류가 그곳에 남긴 발자취만은 지울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애써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린 노력해야만 한다. 언제가 되었건 우린 정복과 착취라는 거대한 흐름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반복되는 굴종의 역사를 끊고 그 빈자리에 자연과 우리 자신을 향한 경외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결국 삶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인류가 위대한 인류로 훗날 기억되길 원한다면 공존의 지혜에 눈을 떠야만 한다. 아마존의 과거와 현재로부터 부디 배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 최고의 아마존 탐험가가 쓴 ‘지구의 허파’ 이야기 아마존 토착 원주민들의 태곳적 확실성과 상대적 평온함, 그리고 고립은 1500년을 기점으로 영원히 산산조각 났다. 유럽인들은 아마존에 대한 무지와 오만을 증명하는 역사를 써내려갔고,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서 아마존 자연과 원주민들은 잔혹한 시대를 살아야 했다. 그러나 아마존에는 그곳 자연과 원주민에 대해 한없는 경외와 애정을 품고서 선지적인 기록을 남긴 사람들도 있었다. 50여 년 동안 아마존을 탐험하고 연구한 아마존 전문가 존 헤밍은 아마존 곳곳에 남겨진 도전적인 탐험가들, 열정적인 선교사들, 탐욕스러운 고무 부호들, 아마존을 사랑했던 자연학자들, 원주민 보호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 강과 숲만큼이나 거대한 5백 년의 역사를 풀어놓는다. 아마존 숲에서 생산되는 목재, 육류(소고기), 콩 이 세 가지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가장 많은 산물이다. 이것들을 생산하기 위해 아마존은 점점 더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아마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호가니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낼 때마다 다른 나무 27그루가 동시에 파괴된다. 나무 한 그루마다 수천 개체의 생명이 서식하고 있는데, 모두 나무와 같이 희생되는 것이다. 20세기 말부터 가축 방목용 초지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벌목은 아마존 삼림 파괴 원인의 4분의 3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그냥 두고 봐야만 하는 것일까. ‘지구의 허파’ 아마존은 한 해 평균 5억 6천만 톤의 탄소를 붙잡아두며 전 세계 산소의 20퍼센트를 생산한다. LBA의 과학자들은 만약 아마존 전역의 숲이 사라지면, 대기에 7백억 톤에 달하는 탄소가 추가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생태계에서 겨우 종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자원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며 우리와 이 행성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다른 수백만 종의 서식지와 생명을 파괴할 권리가 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관련영상 보러가기▶
1장 이방인의 도래
기록된 역사 이전의 아마존 사람들 | 아마존의 언어들 | 고귀한 야만인 | 토르데시야스 조약 | 곤살로 피사로의 원정 | 또 하나의 원정대의 사연 | 프란시스코 데 오레야나의 탐험 | 마니오크 | 오레야나가 만난 원주민 부족들 | 본국의 사정과 한시적 정복 금지 | 다시 불어온 아마존 탐험 열기 | 반역자 로페 데 아기레 | 과라니족 이야기 | 아마존 숲에서 막을 내린 잉카 제국 | 에스파냐 학정에 맞선 퀴호스 인디오의 봉기
2장 무법천지 아마존
유럽인들의 아마존 하구 쟁탈전 | 버너드 오브라이언의 이야기 | 포르투갈의 아마존 지배 | 오마구아족 이야기 | 포르투갈 지배하의 원주민 잔혹사 | 전염병 | 원주민 인구 감소와 정착민의 형편 | 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아마존
3장 텅 빈 강
18세기 초 아마존의 풍경 | 프리츠 신부의 선교 활동 | 노예사냥 | 마나우족 이야기 | 아마존에서 살아간다는 것 | 이사벨 고댕의 순진한 모험 | 새롭게 정해진 경계
4장 감독관 체제와 카바나젱 반란
벨렝 시와 주세페 란디 | 새로운 질서, 감독관 체제 | 최초의 과학 탐사가 시작되다 | 무라족과 문두루쿠족의 이야기 | 감독관 체제 폐지 이후 | 나폴레옹 전쟁과 브라질의 독립 | 카바나젱 반란 | 19세기 중반 서구인의 아마존 전망
5장 자연학자의 낙원
알렉산더 폰 훔볼트와 에메 봉플랑 | 슈픽스와 마르티우스 | 찰스 워터튼 이야기 | 게오르크 랑스도르프와 요한 나터러의 탐험 | 전설이 된 세 명의 자연학자 | 식물학자들의 식물학자 | 시대의 한계를 드러낸 탐험대 | 편견 없는 관찰자, 카를 폰 덴 슈타이넨
6장 고무 붐
아마존에 들이닥친 고무 붐 | 마나우스, 부의 도시가 되다 | 각지에 자리 잡은 신흥 고무 부호들 | 아크리 숲과 고무를 운송하는 문제 | 고무 종자의 유출 | 고무 붐의 붕괴
7장 핏빛 황금 고무
가장 큰 희생자, 인간 | 훌리오 세사르 아라나의 악의 제국 | 월터 하든버그, 악의 제국을 보다 | 영국 정부의 공식 조사가 시작되다 | 결정적인 증언 | 뒷이야기
8장 탐험가들과 인디오들
하이럼 빙엄, 마추픽추를 발견하다 | 칸지두 혼동과 인디오 전담 기구의 탄생 | 루스벨트와 혼동의 탐험 | 아마존의 매력에 빠진 탐험가들 | 원주민 옹호자 쿠르트 니무엔다주 | 포싯 대령은 어디로 갔을까 | 헨리 포드와 포드란지아의 꿈
9장 고고학자들 초기 인류를 찾다
기록된 역사 이전의 아마존을 찾아서 | 도기 | 암각 그림 | 농사가 불가능한 땅 | 아마존 숲은 인간의 작품인가 | 고인류의 도래와 확산 경로 | 거대한 족장사회 vs 소규모 거주 집단 | 흑색토 지대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 고대의 인공 둔덕들 | 유럽인 도래 이전의 아마존
10장 비행기, 전기톱, 불도저
새로운 세 가지 적 |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와 원주민 | 원주민 권익 운동과 원주민 보호구역 | 마약 게릴라들의 은신처 | 세링게이루, 숲의 편에 서다 | 파괴되는 생명의 숲 | 과학이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 | 아마존을 지켜야 하는 이유
11장 세계에서 가장 큰 강과 숲
아마존 강을 설명하는 숫자들 | 아마존 지역의 생태적 구분 | 아마존의 수생 동물 | 아마존의 육상 동물 | 아마존의 나무들 | 아마존의 식물들 | 아마존의 곤충들
옮긴이의 말
후주
도판 출처
찾아보기